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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생활] 인도룸메는 너무해!
    노학생의 일상 2013. 2. 1. 03:43

    인도집사람과의 에피소드,


    인도룸메..(정확히는 플랫메이트라하는 게 맞겠다.. 방을 쉐어하는건 아니니께..)와 함께산지도 어언... 1년 하고도 6개월!

    한국어로는 종종 집사람이라 칭했다.. 그를..

    내 룸메는 인도인 중에서는 상당히 틈새시장에 포지셔닝되어있는 아이이다.

    본인이 인디언임에도 불구하고 인디언을 신뢰치 않고,

    본인이 인디언임에도 불구하고 인디언을 더럽다 생각하며,

    본인이 인디언임에도 불구하고 인디언을 꺼리는, 

    굉장히 특성화되어있는 아이인 내 룸메와 살면서 처음에는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한 때는 그의 방구소리를 들어도 강남스타일마냥 흥이 날 것만 같던 시절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치만 세월이 지나 객년기가 찾아오고 슬슬 이 아이의 뇌구조가 궁금할 정도로,

    가끔은 이해안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문화차이라며 혼자 주문을 걸고 넘긴 것이 수두룩...

    어디다 썰풀기도 뭐하고... 비인기 블로그라 무시받는 이 곳에(보고있나.. 폰디고사장?) 맘편히 뒷담화를 늘어놀까..한다. 


    나의 집사람의 이름은 인도특유 그 이름이다..(프라이버시를 지켜주려 밝히지는 않으련다.)

    발음이 다소 낯선 외국인인 나에게 첫만남때 특유의 붙임성으로, "그냥 해리포터의 해리라 불러.."라며 본인을 해리라 칭했다.

    발음이 해리와 비슷하지는 않았을 뿐더러 몸집은 해리의 오만배였던 내 집사람은 언뜻 보면 굉장히 삭삭하고 붙임성이 좋아보인다.

    쾌남처럼 웃어제끼는 그의 웃음소리도, 쌍팔년대 식의 고리타분한 농을 던지는 그의 썰도, 

    인디언 치고는 그래도 나름 깔끔하였던 그의 몸뚱이도 그때는 분명 이뻐보였을 것이다.

    그치만 세월이 흘러 지금은.. 그의 쾌남코스프레에 치가 떨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집사람을 종종 쾌리라 부른다.

    어찌나.. 쾌남처럼 구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고 싫음이 분명한 나에게 이런 캐릭터는 존재마져 살아남기 힘든 타입이나, 

    그래도 신기한 것은 천성이 밉지는 않다는 것! =) 답답하고 이해되지는 않지만,

    몸뚱이만 어른이고 하는 짓은 영락없이 12살 국민학생같은 그의 자태는 나에게 소소한 재미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어딘가에 있을 내 집사람, 쾌리


    이야기 하나,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1년반을 집사람과 살면서 느낀 것은 이 아이는 집에서 우쭈쭈..하면서 키운 것이 분명하다는 것!

    물론 인디언이고 게다가 남자아이였기때문에 어느정도 이해는 가지만,

    집안일은 커녕 자기방 청소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에.. 내 왼쪽손모가지와 오른쪽 눈썹을 건다.

    집에 세탁기가 없던 시절, 더이상의 한계를 느끼고 집사람과 합의 하에 세탁기를 사려고 하던 때,

    "근데.. 나 세탁기 어떻게 돌리는 지 몰라.."라며 엄청 걱정되는 얼굴로 나에게 물어보던 우리 집사람.

    "버튼 두 번만 누르면 돼, 한국에서는 생후 4개월부터 세탁기돌리는 건 당연한 일이야."라고 말도 안되는 드립을.....

    뭐.. 어찌되었든, 

    그 뒤로 이 아이는 세탁기를 잘 돌려 지 빨래를 잘하나 싶었다.

    문.제.는!! 하루죙~~일 쌔빠지게 놀다들어와서 밤 10시나.. 11시에 세탁기를 돌린다는 점이다!

    그 날도 어김없이 싸돌아 다니다가 느지막히 들어와서, 쾌스프레(쾌남 코스프레)를 떤다. 

    그런 후 잘자라며 인사를 하고 내 방에 들어오니 세탁기 돌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용도 베란다가 내 방 창문있는데서 가까워서 버튼 소리가 들린다.)

    1시간..쯤 지났을까? 빨래가 다 돌았다는 소리가 나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다시 또 삡..삡..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세탁기가 돈다.

    그것도 밤 12시가 넘었는데.. 왓..더...헬.....

    도저히 궁금해서 안되겠다 싶어서 세탁기를 열어보니 육안으로 보기엔 세탁기에 물만 돌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뭐지..? 하는 쌔함이 있었으나 뭐라 말하기도 뭐했다.

    다음날 아침, 테라스에 널린 빨래를 보니, 빤스1장, 청바지 1장, 셔츠 1장, 손수건 1장,

    그리고.. 하얀 축구티셔츠 한장... 축구티셔츠 한장!!!!!!!!!!!!!!!!!!!!!!!!!!!!!!!!!!!!!!!!!!!!!!!!!

    저거구나, 색 물들까봐 달랑 하나 돌렸구나.. 저거 하나 달랑 돌린거에 남은 손목모가지 하나와, 반대쪽 눈썹건다.

    마더테레사보다 더 깔끔한 내 집사람.



    이야기 ,

    내 집사람은 여자를 참 좋아한다. 좋아해도 너~~~무 좋아한다.

    뭐 그렇다고 한국덕후들 마냥 추잡스럽게 굴지는 않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언제 어디서든 내 집사람은 청일점이다. 

    그 날도 나를 제외한 그의 여자사람 친구들 둘과 함께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학교벤치에 앉아서 수다를 떤다.

    물론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러다 내 수업이 저녁이어서 전공건물로 이동하다가 나의 집사람과 친구들을 만났다.

    그러며.. 하는 말 "응.. 10분있다가 가려고, 수업 잘 들어! ALL THE BEST!!"

    그 놈의 올 더 베스트... ㅡ,.ㅡ;; 

    수업이 끝나고 나는.. 늘 그렇듯 아이들과 담소를 가볍게 나누고 집에 가려고 릭샤스탠드쪽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내 집사람이 아직도 있다. 10분있다 간다며?

    그의 주변엔 다른 여자사람친구 둘을 더달고, 토탈 넷이 함께 호호하하..거리고 있다

    그러더니만 나를 발견하더니 자기 다른친구한테 인사만하고 올테니 집에같이 가자며 라디와 나에게 10분만 기다리란다.

    쌔한 느낌이 비껴간적은 없었다.(참 꾸준한 친구야, 10분드립.. 야! 나 여기 짬밥 2년이거든?)

    그래도 다행이 나랑 잘 맞는 라디가 내 옆을 외롭지 않게 지켜주어서.. 처음 20분은 재밌었다.

    허나, 즐거움도 잠시 40분..50분 지나갈때마다 열이 슬슬 오른다.

    1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고귀한 모습을 나타내신 내 룸메, 끓어오르는 화를 워워시킬무렵 그는 멋진 한 마디를 던진다.

    "우리 차마시러 지금 갈껀데, 같이 갈래?" 

    ".............." 

    "아니야, 여기서 걍 기다릴께..(내가..? 모르는 니 친구랑...? 말이여.. 똥이여...)"라고 간신히 타오르는 화를 이겨내며 대답을 하니 

    그럼 다시 10분만 있다가 오겠다며 사라진 쾌리,

    약속된 10분은 당근지나고.. 20분이 더 지났을 무렵, 나는 성난고질라마냥 울분을 참지 못하고 문자를.. 하나 보낸다. 

    "친구와 재미가 좋네, 너 시간 더 걸리는 거 같으니.. 나 릭샤타고 갈께.."

    답변도 없는 매정한 집사람을 씹으며.. 릭샤를 잡으려고 가려던 찰나에 그는 또 쾌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미안하다는 사과한마디 없이, 자기 20분전부터 학교에 있었다고(어쩌라고..) 특유의 쾌남행세를 해댄다.

    같이 기다렸던 라디도 열받아서 집에 가려고 하자, 저녁먹고 가자며 대뜸 라디를 붙잡아 세우는 꼴이..

    마치 기념일 놓친 남친이 여친 얼래는 꼴이 따로 없다. 

    오토바이키를 나에게 던지며 자기 오토바이 타고 오라고 자기는 라디와 함께 가겠다며...

    이렇게 하면 라디도 따라 올꺼라고.. 

    분위기파악을 못하는 건지.. 

    마더테레사보다 더 순수한 내 집사람.


    이야기 ,

    몇 일전부터 쾌리는 학교에서 수삐라는 나와 친한 친구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농담삼아,

    "인사해, 내 여자친구야.."라는 얼타는 말을 내뱉는다. 

    처음엔 웬 드립인가 싶어.. 관심도 없었는데, 어제 힘겨웠던 아티클 리뷰 제출을 마치고 친구들과 뒷풀이 삼아 

    좀 좋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다같이 먹기로 했다. 

    같은 코스가 아니었던 내 집사람은 다행이 그 식당이 우리집 근처여서 다들 알고 있었던 터라 밥먹으러 나오라 불러서

    함께 저녁을 먹고 후식을 시킬 무렵, 다시한번 또 말도 안되는 여친드립을 떤다.

    좀 꼴보기 싫어서..  "너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거야? 정말 수삐가 니 여자친구야?"라고 정색하고 물었다.

    그러자, "나 완전 어니스트해. 수삐는 내 여자친구야. 맞지 수삐?"하며 수삐를 보니 싸닥션 맞을 기세다..

    그나마 수삐의 심성이 착해서 말도 안되는 드립으로 넘기려는 거 같은데,

    순간 나의 촉이 선다.. 진짜 맘에 두고 있나?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자기는 뱅갈로 출신 여자 아니면 관심없다고 하더니..

    "너.. 수삐한테 정식으로 교제하자고 말도 안하고 이렇게 드립치는거면 지금 굉장히 실수하는거야,

     부끄러워도 진짜 니 마음을 표현하고 제대로(Properly) 사귀어야지,"라고 난 또 답답한 마음에 잔소리를 늘어놓으니,

    같이있는 여자아이들은 한마음으로 리액션을 쳐준다.

    그러더만 배가 터질듯이 불러서 버겨워하고 있던 찰나에 갑자기 또,

    "우리 지금 피터도넛(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갈꺼야, 그치 수삐?"라고 말을 하는 뽐새가 나는 또 못마땅하다.

    뭐하자는 건지.. 대뜸.. 

    그것도 수삐네 집은 거기서 40분 오토바이 타고 가야하고 시간도 10시가 다되었었는데..

    그리고 피터도넛 갈꺼야..가 아니고 갈래..?라고 물어봐야지, ㅡ,.ㅡ;;

    암튼, 결국엔 굳이 수삐를 끌고 커피마시러 사라지고 다른 여자아이둘은 원래 수삐랑 다른 친구 오토바이 타고 함께 집에 돌아가려했는데,

    닭 쫓던 개처럼.. 릭샤를 타고 가야만 했다. 

    지금도 의문이다. 수삐를 진짜 좋아하는건가? 그렇담 난 이 교제, 반댈세..

    연애한번 못해 본 내 집사람,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내 집사람,

    마더테레사보다 더 정결한 내 집사람.


    표현은 뒷담화라고 했지만, 그래도 미운정도 정이라고.. 그는 내가 봤던 인도인들 중에서는 그래도 참 깔끔한 편에 속한다.

    약간 마마보이같은거, 지 수틀리면 그림자취급하고 말한마디 안섞는거, 하루종일 수다떨고 집에들어와서도 1시까지 전화로 수다떠는거,

    어쩌다 집에서 음식한번 해먹으면 온통 기름천지로 뒤덮어놓는거, 아침마다 집을 나가며 내 전기밥솥 코드를 뽑아놓고 나가는거,

    뭐.. 이런 것만 제외하고는 그래도 인디언 플랫메이트 중에 이만한 사람 찾기도 힘들다.

    내 말이라면 뭐든 오케이해주고, 돈으로 속 썩이지도 않고, 하지말라면 안하고, 하라면 하는.. 마음 착한 우리 집사람.

    덩치만 어른이지 아직 멘탈이 꼬꼬마라 항상 우쭈쭈해줘야 하지만,

    그래도 1년 6개월동안 그 흔한 말타툼 한 번 없이 잘 살아왔다.

    내 딴에는 너 많이 참고 사는 거야.. 하지만 너 역시.. 내 더러운 성격받아주며 사느라 참는 구석이 한 두개겠냐?

    별거하며 따로 살까 수 천번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너 만한 아이도 없는거 같드라.

    암튼 사는 그 날까지 해피하게 잘살아 보자. 그리고 힌디 못하는 거 뻔히 알면서 나한테 한 번 더 일 짬시키면 형 무섭게 화낼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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