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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생활] 어영부영 하루살이 나날들,
    노학생의 일상 2013. 1. 25. 01:17

    이야기 하나, 대륙의 음료


    요즘 내가 꽂혀있는 음료가 있다. 

    학교에서 집에 올 때 일부러 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내려서 다리운동도 좀 하고,

    거리구경도 할 겸 걸어서 집까지 들어오는 일이 요즘 부쩍 많아졌다.

    인도에서 지낸지도 이제 2013년을 맞아 햇수로 3년차에 들어가는데,

    너무 사먹는 것만 사먹었던지라 뭔가 새로운 것에 시도해보고져 부쩍 이리 찝쩍 저리 찝쩍대던 와중에,

    어디선가 봤던 두유병만한 크기에 병으로 된 라씨가 굉장히 맛있어서 보여서 그걸 물어보니,

    병으로 된 건 아예없고 라씨는 딱 두종류밖에 없단다. 

    하나는 그 옛날 중학교 매점에서 팔던 스콜(과일맛쥬스)처럼 생긴 작은 팩라씨와 비피더스처럼 생긴 라씨!

    그래서 첫 날 한 번 그냥 시도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스윗라씨를 두 개 집어서 마셔보았다. 

    이럴수가! 완전맛있다. 뻥좀 보태면 한국의 800원짜리 비피더스보다도 맛있다.

    그래서 그 다음날 단번에 다시 슈퍼에 들러서 라씨 5개를 달라고 재촉했다.

    그러자 5개까지는 없고 대신 딸기맛은 3개더 있단다. 그래서 그럼 뭐 딸기맛이라도 달라고 하여,

    집에서 한 목넘김 하는 순간, 뜨~아... 대박! 이건 한국의 슈퍼백 딸기맛과 맛이 거의 똑같다. 좀 묽은 슈퍼백! 

    그 뒤로 우리집에는 라씨가 떨어지지 않는다. 

    마더다이어리 라씨! 개당 15루피


    오늘도 장을 보러 잠시나간김에 라씨를 채워넣기 위해 슈퍼에 들렀더니 아쉽게도 라씨가 다 떨어졌단다.

    그래서 그냥 돌아오려다가 문득 나의 스캔에 포착된 냉커피 한녀석, 그것도 네슥까페껄로다가..

    커피를 워낙 좋아하고 즐겨마시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커피를 찾는 다는 것.. 그것도 길거리 슈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뿐더러

    처음엔 가격도 35루피로 착하지만은 않아서 살까말까 불안했지만 라씨에서의 교훈으로 어쩜 상상 그 이상의 것일 수도 있어..라는 심경으로

    하나 집어서 당당하게 계산을 한다. 

    그치만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허락치는 않으신다. 

    큰 맘먹고 투자한 피같은 35루피.. 우리돈 700원, 

    이게 그냥 커피라면 우리나라 캔커피는 티오피다. ㅡ,.ㅡ;;

    커피라기보단 커피우유에 가까웠던 네슥까페 아이스카페 ㅡ,.ㅡ;; 비츄



    이야기 둘, 릭샤왈라와의 밀당


    학교를 가기위해 부랴부랴 채비를 학교 집을 나선다. 

    오토바이 대신 릭샤로 학교를 다닌지도 3개월이 다되어간다. 이제는 릭샤잡는 것도 이골이 났음에도,

    늘 릭샤를 잡고 첫마디 때는게 여전히 부담스러운 거 보면, 아직도 나는 고수가 되질 못했나..싶다.

    함피가는 날 탔던 릭샤왈라,

    엑스트라 부르지 않고 그냥 달려주셨던 흔하지 않은 천사표 릭샤왈라!


    뭐 여튼, 늘 그래왔던 것처럼 대로변에서 우리나라 택시잡든 손을 펼쳐서 릭샤가 지나가면 잡아서,

    미터로 갈 것인지를 먼저 물어본다.

    "미터 쎄 자나해?(미터로 갈꺼지?)"

    보통 낮에는 열에 하나정도가 덤탱이를 씌우기 위해 술수를 부리지 대부분은 미터로 간다고 한다.

    (참고로 힌디를 못하더라도 힌디로 물어보는 것이 조금 더 유리하다.)


    이 날은 유독 릭샤가 오지 않던 터라.. 기운이 빠져있을 무렵 건너편을 지나던 릭샤가 나를 보더니 친히 유턴까지해서 다가오신다. 

    반갑기도 하고 보통 이런 릭샤왈라들은 대부분이 천사표 릭샤왈라인데,

    학교까지 가자니 대뜸.. "원 헌드레드..(100루피)"를 외친다!

    난 무의식 중에.. 아..씨, 뭐야.. 걍 미터로 가지.. 이러고서는, "됐어.. 필요없어 걍 가.."라고 말하고 돌아섰는데..

    뭐...라고..?? 100루피??

    보통 미터로 가도 한 90~100루피 나오던 터라, 난 다시 그 릭샤왈라에게 다가간다.

    "끼뜨나?(얼마라고?)"

    "원헌드레드..(100루피라고!)"

    "틱~해!(옼희..)"


    릭샤에 올라타서 다시한번 확인한다.

    "바이야.. 엑소루피..(님, 100루피 맞지?)"

    "하.. 원헌드레드..(그래, 100루피.. ㅡ,.ㅡ;;)"

    난 마음을 진정시킬 무렵 우리 둘다 뭔가 쌔함을.. 동시에 느낀다.

    그러더니만 릭샤왈라가 급하게 다부진 목소리로... "미터 쎄.. 자나..(미터로 갈께)"라며 말을 바꾼다.

    그 짧은 순간 우리 둘의 머리는 엄청 굴리고 있었던 듯,

    그도 이게 뭔가 아니다 싶었는 지, 안전빵(?)하게 그냥 미터로 가자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뭐 결국은 내리면서 94루피가 나와서 기분좋게 6루피 얹어서 100루피를 드리니,

    받는 릭샤왈라의 얼굴은 오만가지 감정이 내포되어있는 듯 하다. 옴..쌴..티..



    이야기 셋, 고학생의 복잡한 심경


    신년연휴가 끝나고 한동안 또 정신없이 학교를 다니다가 엊그제 갑자기 반친구가,

    "내일부터 학교나오지마, 주말까지 연휴야.. "라는 황금같은 소식을 전해준다. 

    게다가 아티클 리뷰(Article Review)도 한주 밀렸다는 천하보다 값진 뉴스!

    기분 좋게 학교를 나가려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성적결과가 나왔단다. 

    뚜둥..

    저번학기 영어의 슬럼프와 더불어 희한하리만큼 책상앞에 앉아있기 힘들었던 시간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더불어 웬지 나혼자 퇴보하고 있는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쌔한.. 느낌이

    기분나쁘게 나를 지배하고 있던 시기였기에, 당연히 시험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따라서 결과에 대한 큰 기대를 안했지만, 그래도 막상 결과를 받아보니,

    그 예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이미 어느정도 인지를 하고 있었음에도 기분이 팍 상한다.

    괜히 김새는 순간, 학교의 연휴고 나발이고.. 마냥 또 답답할 따름이다. 

    뭐가 옳은 걸까.. 뭐가 최선일까.. 한참을 고민하다 별 방도를 찾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덮어둔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고나면 다시 좀 하고자 하는 열망이 불타오를까?

    남들보다 시작도 늦었고 언어의 큰 재능도 없는 것같아서 조바심은 나고,

    얼른 좀 시간이 지났으면 싶다. 최소한 공부만 끝내놔도 살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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