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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생활]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아쉬움.
    노학생의 일상 2013. 3. 15. 05:14

    제목이 너무 거창한가?

    나이를 먹어도 제일 어려운 건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것마음이 맞는 이들과 헤어지는 것이다.

    객지생활을 하다보니 여기서는 더욱 또래를 만나기도 어려울 뿐더러 마음을 터놓고 만날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다.

    한국인 친구는 바라지도 않는다, 외국인친구.. 아니 마음이 맞는 인도인친구마저도 찾기 힘든 상황에서,

    비교적 작년에는(내 나이보다는 상대적으로 다들 어렸지만)그래도 재밌있게 잘 어울려 지냈던 독일, 이란 친구들이 있었다. 

    독일얘들의 경우는 원래부터 1년 교환학생 코스로 왔기때문에 어느정도 예상을 했지만,

    이란아이들의 경우에는 나와 같이 인도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었기때문에 적어도 2년은 볼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작년 이맘때 학기시작이 우리학교 달랐던 그네들은 나보다 두어달 먼저 이란에 방학을 맞이해서 잠시들어간다하고,

    내가 한국가기전에 들어올테니 그때보자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었다. 그때만하더라도 나는 그냥 잠시..Bye..하는 거겠지..싶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있는 동안 받은 메일 한 통이 마음을 참 허하게 만들었다.

    작년 이란이 환율대란을 겪으면서 아마도 불가피하게 이란으로 들어갔어야만 했는지, 집안사정으로 급하게 인도생활을 정리하고,

    이란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고 몇분간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못하고 아쉬워했더랬다.

    유일하게 인도사람들 뒷담화도 가끔 마음껏 하며 이것저것 통하는게 많아서 재미있게 지냈었는데,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사람들을 참 좋아해서 내가 무언가 곤란한 일에 빠지면 두 형제가 나란히 나타나 슈퍼맨처럼 도와주곤 했어서

    나보다 어린나이의 형제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도모르게 참 많이 의지를 했었나보다.


    그렇게 이란형제들까지 다 떠나고 난 뿌네에서 혼자가 된 것마냥 몇개월을 지냈다. 그러다가 새롭게 알게된 이란 커플이 있다.

    마리암과 레자! 이제 4년차된 부부인데.. 이란형제들을 통해서 알게된 사이는 아니지만 암튼 이 이란친구들도 굉장히 따뜻하다.

    시기적으로 이란형제들이 이란으로 떠나고나서 이 부부를 알게되었는데,

    정서도 그렇고 마음씀씀이도 그렇고 웬만한 한국사람들보다 낫다. =)

    내일 이란으로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박사논문을 어느정도 마치고 잠시 들어간다며 오늘 밥이나 먹자하여 저녁을 함께 먹었다.

    이란전통 케밥요리

    엄청난 양으로 인해 나는 거의 울다시피 먹었다.


    이란음식 괜찮냐며 조심히 물어보는 이란커플들에게, "응, 나 이란음식 완전좋아해"라고 선의거짓부렁을...

    이란음식은 작년에 이란형제들네 집에서 먹어본 꼬치음식이 전분데.. 그것도 이란음식이라고 하기엔 너무 인터네셔널했어. ㅋㅋ

    암튼.. 뭔지도 모르고 일단 오케이 했다. 아무렴 인도식당에서도 그렇게 꾸역꾸역 맛나게 먹는데, 이란음식못먹을까..

    어찌나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지, ㅋㅋㅋ 드디어 나온 이란전통 케밥요리,

    뭔가 특별했다기보다는 그냥 구운 양고기에 날라다니는 밥, 그게 전부였는데 왜 그리 맛나던지..

    고기를 오래간만에 먹어서 그런가, 암튼 나름 못먹을 정도는 아니어서 폭풍흡입을 하며 "어썸"을.. 연발했더니 두분다 안도의 한숨을.. =)


    마리암과 레자

    식당까지 가는 짧은 거리에도 손 꼭 잡고 걸어가던 참 예뻤던 커플


    이번학기는 마리암이 학기논문준비로 정신없이 바빠서 거의 많이 보지도 못하고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했었는데,

    그래도 가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볼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마리암의 학생비자로 함께 내조를 하기 위해 인도에 온 레자는 굉장한 살림꾼!

    공부하는 부인을 위해 음식이며 집안살림이며 다 맡아할 뿐더러, 또 학교까지 모셔다드리고 모시러가는 셔틀서비스까지,

    일등신랑감 레자는 한국문화에도 관심이 많아서 늘 끊이지 않고 질문을 한다.

    다만 영어가 조금 어눌하여 기본적인 대화를 넘어 복잡한 주제에서는 늘 마리암이 통역을 해주곤 하는데,

    뭐 내 영어도 썩 퀄리티가 좋진 않아서.. 똔똔이야! =) 유 오케? 암 오케!

    결혼문화며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신기했던 건 이란도 한국처럼 집은 남자가 준비하고 혼수는 여자가 주로 하는데..

    이게 요즘은 집값이 너무 뛰어서 우리나라처럼 집이며 혼수며 함께하고 반까이(?)하는 추세로 점점 변하고 있다고 한다.


    암튼 이 무슬림부부는 만날 때면 늘 나보고 너는 우리의 한국아들이라며 나이도 별반차이 안나고 육덕진 나를 쓰담쓰담해주시는데,

    인도에서 한껏 릭샤왈라들에게 앙탈만 늘은 나로썬 초필살기로 고양이눈 떠가며 교태를 떨면 마냥 엄마/아빠미소로 화답해주신다.

    부디 진심으로 어여삐여겨주셨기를..

    사실 오늘은 이란에 가기 전에 내가 딱히 해줄 건 없고 밥이나 살려고 했었는데,

    레자가 나를 기어이 막아서더니만 어느덧 계산을 하고 짠 나타났다.

    이때 마리암이 "이란에서는 나이많은 사람이 계산하는거야"라고 말을 하는데..

    아.. 그랬지, 나이많은 형,누나한테 밥을 얻어먹어도 되는 거였지, 이게 얼마만인지, ㅠㅠ...

    인도에서는 내가 조상뻘이라, 한국사람들을 많이 알지도 못하긴 하지만 만나도 거의 동생들이라 난 두려웠어요, 횽아 누나.. ㅠㅠ..

    야밤에 릭샤잡기 어렵다고 친히 레자형님이 또 오토바이로 우리집까지 날라다주셔서 나는 하루종일 감동에 감동을..

    이런 사랑스러운 그대들이 없는 뿌네는 춘장없는 간짜장, 해물없는 짬뽕, 간장없는 초밥일뿐이외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원래 어쩌면 이번에 들어가면 인도에 안 오실수도 있었는데,

    12월까지는 머물예정이라고 잇몸들어내시며 웃으시는 레자형님이 참 푸근했다!


    형님.. 비록 이름은 레자이지만, 백퍼 가죽보다 더 진국이셔요.

    우리 7월이나 되야 다시금 보겠지만 그 때에는 함께 약속한 함피여행을 꼭 같이가보아요!

    이란에서 즐거운 시간보내고 오셔요, 횽님, 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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