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인도생활]내 집없는 설움,
    노학생의 일상 2013. 3. 1. 05:52

    여담이지만 오늘 집에서 느지막히 일어나 씻고 있는데 문자가 계속 띠리링.. 울린다.

    대부분의 내용이 "축하해, 파티해야지!" 뭐.. 이런 내용들, 

    그래서 나는 뭐야.. 뭘 축하한다는거야 대뜸.. 이러고서는 그냥 시큰둥했다.

    인도아이들, 별거아닌거에 급흥분하여 외모는 서아시아, 정서는 서양인일때가 가끔있어서, 

    상대적으로 메말라있는 감성의 전형적인 아시아인 남자인 나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형식적인 리액션만 할 때가 간혹있다.

    이번에도 뭐.. 그런거겠지 하고, 그닥 관심없이 있었는데, 

    웬일로 오늘따라 같이사는 집사람이 일찍 들어온다. 보통 9~10시 사이에나 귀가하는 냥반인데..

    그러더니만, 너 소식들었어? 하고 대뜸 묻는다..

    무슨소식? 이라고 되물어보니, "너 어제본 시험에서 2등이래... 2등이래.. 2등이래.."

    헐....

    뭐라고? 

    내가? 

    2등?

    순간, 어버버.. 댔다. 교수가 객관식시험으로 돌려서 나는 뒷통수 맞은 기분이었다고 이틀전에 푸념포스팅했던 그 시험!

    그 결과가 2등이라고? 씨리어쓸리? 대박....

    이미 포스팅에도 언급했듯, 난.. 그중 거의 30문제도 채안되게 어버버대며 가까스로 풀어냈고, 

    나머지는 앞자리에 앉은 디비아에게 성은을 받았을 뿐인데, 

    "에이~ 그럴리가, 난.. 앞자리에 앉은 디비아에게 도움을 받았을 뿐야, 정말 그럴리가 없어.. 이건 사고일거야.."

    순간 양심이 찔려 주저리 주저리 항변(?)을 해보지만,

    "너는 110점이고 디비아는 75점이야.. 축하해. 니 실력이야. 만일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그것도 운이지 뭐.."라며,

    특유의 쾌남코스프레를 하고 앉았다. (그나저나.. 넌 니 코스도 아닌데 디테일한 점수까지.. 참으로 오지랍이 만리장성이다 야)

    암튼 어이없는 소식과 더불어 도둑이 제발저린다고, 이거 의심스러워서 재시험 보자는건 아니겠지..라는 나마스떼한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나선 간만에 집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집세가 너무 비싸다면서 뭔가 썰을 풀 자세를 취하는것이.. 좀 쌔하다.

    사실 학교에서 내 집사람과 아부지(이름발음이 아부지와 비슷하여 걍 아부지라 칭함)라는 아이 이렇게 셋이 잘 붙어다니는 편인데,

    집사람의 썰인 즉슨, 아부지가 뿌네에 플랫(아파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살기 싫다며 이번학기까진 기숙사에 살았는데,

    그러다가 친한친구들이 다들 다음학기부터 따로 집을 구하니, 아부지도 덩달아 그냥 본인 집에서 살기로 결정한 것, 

    곁들여 설명하자면 아부지네 원래 고향은 뿌네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곳인데, 

    아부지네 진짜아부지가 뿌네에도 일이 있으셔서 한달에 한두번 오고가시는데 집이 좀 살아서 뿌네에도 아파트가 따로 있다.

    그래서 보통은 고향집에서 거주하시고 뿌네 일보러 오실때만 머무시는 그 집에 아부지가 담학기부터 산다는 것,

    그래서 아마 거기엔 모든 가구나 주방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으니 내 집사람은 그리로 가서 살려는 생각을 하는 듯 싶다.

    그러면서 "결정한거 아니야.. 너의 의견을 듣고 그거에 따라서 결정할꺼야.."라는 이빨(?)과 함께 나의 견해를 묻는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쏘사이어티,

    케냐에서는 아파트단지를 컴파운드라고 부르던데, 인도는 보통 쏘사이어티라고 한다.


    그치만 한가지 문제는.. 아부지뿐만아니라 아부지 가족 전부가 퓨어베지테리언(초채식주의자)이어서,

    그 집에서는 넌베지 음식을 가지고 갈수도 먹을수도 없다.

    그래서.. 쾌리에게 "거기 집은 좋지만 넌베지음식을 먹을 수 없자나, 너도 알다시피 나는 넌베지테리언인데.."라고 말하니,

    슬슬 본색이 나온다. "걱정하지마 그럼 우리가 학교 근처로 방하나짜리 한번 "같이" 알아봐줄께.."

    오호라, 인석.. 어찌되었든 너는 그리로 가겠다.. 이거지?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그럼 넌 이미 결정한거네.."라고 물어보니,

    "아냐 아냐(엄청강한부정), 결정한 거 아무것도 없어.. 다만 나는 월세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고, 

     고모가 월세를 올리겠다고 하는데..(고모가 집주인) 그 문제로 고모와 왈가불가하기 싫어" 라며 할리우드액션을 취한다.

    "야, 근데 1년도 안됐는데 무슨 월세를 올려달래?"라고 되묻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하게 들어나면서..

    말도 안되는 핑계거리를 줄줄 이어 말하는데, 이거 과한 액션을 보아하니 마음의 결정을 다 한듯 싶다.

    그러면서 내 의견을 묻긴 왜 묻니.. ㅡ,.ㅡ;;


    전 집 살때는 이집이 너무 좋다며 세를 1500루피 더주기는 하지만, 자기는 여기가 뿌네에서 최고인거 같다며,

    그렇게 마르고 닳도록 칭찬을 하더니만, 이제는 또 이 집이 너무 멀고 비싸단다. 

    전 집에 들어갈 때도 나는 분명 주변이 아직도 계속 공사중이어서 소음을 염려했더니,

    우리집은 7층이고 커텐을 쳐놓고 창문을 닫으면 씨끄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공사는 7시면 다 끝난다..라고 

    나를 그렇게 설득시키더니만, 쳇... 공사? 새벽 1시까지 했다..(물론 그 말조차 믿진 않았지만..)

    그 집으로 들어가고 몇 달뒤부터 너는 외박이 잦고, 뿌네에 있음에도 거의 친구집을 전전하던 이유도.. 나를 볼 면목이 없었겠지.. ㅡ,.ㅡ;;


    암튼.. 너무나도 줏대 없는 우리 집사람.. 

    솔직히 이번집으로 이사하기 전에도 인도룸메랑 계속 살까말까를 엄청 고민하다가,

    그래도 나름 이 아이와 돈문제로 한번도 얽힌적 없고, 인도아이치고 참 깔끔한데다가 무엇보다도 투닥거릴일도 없어서,

    일처리는 너무 답답하지만 그냥 계속 같이 살알던 지라,

    헤어지는게 아쉽고 슬픈감정 쬐끔에 더하기.. 이사를 또 해야하고, 거기에 따르는 부수적인 서류변경이나 계약서 작성, 

    보증금 및 복비..관련된 일들이 귀찮고 번거로워서 벌써부터 한 숨이 쉬어진다.

    물론 이사를 한다고 딱 결정한건 아직 아니지만, 집사람의 행태를 보아하니 이 아이는 이미 마음이 뜬 듯 싶다.


    처음 인도에 도착하는 많은 유학생들은 집이 아마 가장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교 기숙사... 솔직히 외국인 입장에서는 살기 힘들다. 더럽고 제한사항도 많고, 어떤 곳은 통금시간도 있다.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산다쳐도 솔직히 그 돈이면 아파트를 렌트하는 것이 백 만배 낫다고 생각하는데,

    집렌트하는 게 생각처럼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또 문제다. 

    일단은 집을 복덕방(에이전트)을 끼고하면 인도인들끼리 거래하는 것 보다 배는 복비를 더 요구하고, 

    그래서 어지저지해서 집을 얻었다치면 나중에 집을 뺄때 많은 집주인들이 보증금으로 장난질을 한다.

    집주인과는 RP등록이나 연장관련해서 외국인에게 꼭 필요한 C-Form(C폼)서류를 집주인을 통해서만 받아야하기 때문에,

    외국인을 세입자로 받아서 발생하는 그들의 모든 책임과 의무가 결국엔 고스란히 외국인에게 전가되어,

    외국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막말로 모든 비용이나 벌금은 집주인이 내야함에도 외국인이 내지 않으면 서류를 받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집주인을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인도의 삶이 천국이냐 지옥이냐를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한국인이 하는 원룸텔같은 기숙사도 있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집을 렌트해서 살았던 나의 경우는, 

    이미 어느정도 살림도 있기 때문에 이걸 처분하고 들어가는 것도 만만치않고, 

    성격상 나는 내집에서 살아야 할 듯 싶은데 이래저래.. 벌써부터 고민이다. ㅠㅠ.....


    암튼, 내 집사람.. 줏대없고 소심하고 쿨해보이고 싶은 아이라는 건 알았지만 아.. 진짜 생각없다. 

    얘는 참.. 착한아인데 생각이 짧고 일머리가 없어서 인도인임에도 불구하고 집사람보다 내가 거의 집안일들을 처리했다.

    어찌되었든 너랑 사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인듯 싶다. 웬만해서는 설득해서 1년 더 살아볼까 싶은데, 

    그 복잡한 서류일처리들을 감수하더라도 그냥 집을 따로 알아보려는 생각이 먼저드는거 보면,

    이게 어쩌면 또 기회일지도.. 

    아... 그래도 집찾고 계약하고 이사하는 건.. 너무하기싫다!!!!!!!!!!

    걍 한국가서 취업이나 할까? ㅠㅠ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