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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멍때리러 떠난 여행기 04]함피 칠드런 트러스트(Hampi Children Trust)를 가다!
    인도여행기 2013. 1. 4. 05:38

    원래 나는 굉장히 느긋하게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뭔가 빠르게 소위말하는 여러군데를  찍고 오는 여행은 그닥.. 나와는 맞지 않았지만,

    어찌다 함께 동행하게 된 독일소녀들과 호흡을 맞추다보니 이틀만에 굵직한 노른자를 다 맛본지라,

    딱히 더 욕심을 내기가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엄홍길 대장이라도 되는 것마냥 이틀간 전망좋은 마탕가힐과 하누만힐을 열라(?) 오르락 내리락 거렸더니만,

    내 종아리는 이미 어마어마하게 땡기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뿌네에서부터 관심이 있었던 함피칠드런트러스트(Hampi Children Trust)가 생각이 났다.

    부모가 없거나 편부모 자녀들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공부를 가르쳐주고, 끼니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인데,

    영국인 팀 브라운(Tim Brown)이 1996년 처음 함피를 방문한 뒤, 2006년 다시 인도에 와서 현지인 스태프인,

    칼리 다스(Kali Das)와 함께 함피칠스런트러스트(Hampi Children Trust)를 만들어 이 사업을 이어왔다고 한다.

    많은 외국인들이 장/단기간 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간다는 내용을 접해서 함피에 가면 한 번 꼭 들러야하지 하고,

    따로 메모까지 해두었던 곳인데, 전날 망고트리에서 만난 한 인도가이드가 함피칠드런트러스트의 대표 칼리의 친구라고

    친절히 위치와 연락처까지 메모를 해줬다.


    일단 메인바자르 입구에서 조금 더 안 쪽으로 직진해서 들어가다보면,


    이런 골목안쪽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왼쪽 구멍가게 옆 건물이 바로 함피칠드런트러스트이다.

     

    함피칠드런트러스트(Hampi Children Trust)

    생각보다는 아담하지만 나름 또 훈훈하다.


    호남형 원숭님

    벽화는 누가 그렸는지, 참으로 능력자이다.


    외부교실

    저기서 방과후 학습도 진행되고, 또 점심/저녁식사가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봉사스케쥴과 일정표들

    2주이상 장기봉사자들도 있었고 나름의 일정들이 적혀는 있으나,

    이대로 진행되는 지는 조금 의문이다.

     

    함께하는 아이들

    생각보다는 굉장히 밝았고, 외국인봉사자들이 많이 와서인지,

    신기해하거나 호기심찬 눈은 생각보다 들했다.

    그리고 돈을 요구하거나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채지도 않는 모습들에 사뭇 좀 놀라기도 했다.


    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는 기념장식


    점심을 먹기 위해 아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함피칠드런트러스트의 봉사는 아침 9~11시 / 점심 1~2시 / 오후 4~6시까지 세 번의 봉사시간이 있다.

    원하는 시간, 아무때나 참여할 수 있는데 나는 아침잠이 많아서 아침봉사는 못가고 점심때와 오후에 2일간 참여를 했다.

    점심은 사실상 봉사자가 거의 오지 않는다. 나까지 포함해서 많으면 3명, 없을 땐 혼자 일하기도 했다.

    하는 일은 주로 아이들에게 물을 떠다 주는 일과 혼자 밥을 먹지못하는 아이들을 보조해주는 일, 

    그리고 뒷정리를 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자신이 먹은 식판은 자기가 씻기때문에 큰 그릇이나 물통정도만 정리하면 되는 일이라 크게 어렵진 않았다.

    오후에는 주로 학습지도를 보조해주는 일인데, 주로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일이다.

    한아이는.. 나에게 까르나따까(Karnataka) 주의 지역언어인 까나다를 도와달라며 공책을 펼쳐대는 바람에,

    난.. 잠시 얼이 나가 있었다. (나.. 조롱당한건 아니겠지?)

    때문에 주로 나는 안되는 영어(알파벳..정도의 수준이다.. 쫄지 마시길,)와 산수를 도와주며,

    혹시라도 어려운 수준의 영어를 도와달라고 들이미는 아이들은 영국인 봉사자들에게 토스를 해주는 일을 맡았다.

    점심 봉사는 주로 30분 정도면 끝나기 때문에 원하면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도 되지만, 

    나는 마약같은 마탕가힐의 경치를 다시한번 느끼기 위해 4시에 다시 오겠다며 부랴부랴 마탕가힐로 향했다.

    올라가는 길이 그리 험하지는 않았지만 그 날따라 뭔가 달고 온 것이 많은지,

    그리고 날은 어찌나 더운지(하긴.. 가장뜨거울 1시쯤 올라갔으니,)

    헉헉대며 중간에 잠시 그늘에 주저앉아 라마즈호흡법으로 숨을 달래는데만 30분을 써버렸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퍼졌다.

    그래도 경관은 기가막히게 아름답다.

    이 마약같은 가스...나.....(이건.. 아닌가?)

     

     

    마탕가힐 정상 사원에서 바라본 경치들

    아.. 정말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다.

    돌의 도시, 함피


    마탕가힐 정상에서 짜이를 만드시는 짜이왈라

    그리고 보안요원이라 쓰고 짜이왈라 시다바리라 읽는다.


    마탕가힐 정상에 거즌 다 올라갈 무렵 다시 라마즈호흡법으로 숨을 고르고 있는데,

    저렇게 유니폼을 차려입은 사내가 내 앞을 지나가며 나마스떼.. 하고 인사를 건넨다.

    난.. 이미 숨을 가슴터지정도로 거세게 쉬고 있었기 때문에 큰 흥 없이 무의식적으로 나마스떼를 건냈는데,

    한 20분쯤 지났을까? 큰 물통을 지고 다시 반대방향으로 지나간다.

    뭐.. 그려려니.. 싶어서 그냥 다시 경관에 정신팔려있는데, 얼마지나지 않아 룽가를 두른 아저씨가 말을 건다.

    "좀 더 올라가면 템플이 있어, 거기도 한번 올라가봐 굉장히 아름다워!"

    안그래도 지난번에 올라왔을 때 막배 시간때문에 위에 템플을 못올라가본게 아쉬웠는데 겸사겸사 한번 올라갔다. 

    뭐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어찌되었든 사방을 다 내려다보며 경관을 볼 수 있음이 혼자보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템플 입구에서 아저씨가, "경관 아름답지? 짜이..한잔 마실래?" 라고 물어본다.

    아... 그렇구나, 그 보안요원군은 아까 짜이왈라의 시다였구나, 싶은 생각이 훅 지나간다.

    짜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탕가힐에서 짜이도 웬지 운치가 있어서 얼마냐고 물어본다.

    "띠스..루피 올리.."

    띠스..루피... 그건 분명 30루피였다.. 헐.. 대박... 짜이한잔에 30루피.. 그것은 마치 아메리카노 한잔에 24,000원 받은 것과 같은 체감!

    그리고 올리(only)는 왜 붙히니.. 올리는.. ㅡ,.ㅡ;;

    근데 순가 뭐에 씌였나부다. 30루피면 꼴랑 600원이고, 마탕가힐에서 나는 짜이를 마셔야겠다는 오기가 어디서부터 갑자기 생긴건지,

    난 어이가 없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티~익해!(OK)"를 외친다.

    생각보다 싱거웠고 생강맛도 안나서 아쉬웠지만, 옆에서 짜이왈라는.. 계속 "맛있지..?"라며 추근거린다.

    대답할 힘도 없어... "하... (Yes)"라 답하고.. 너털너털 다시 함피칠드런트러스트로 향한다!

     

    된장남 코스프레,

    6배 비쌌던 짜이였지만 마탕가힐에서 마신 짜이는 잊을 수가 없다!


    다시 돌아온 함피칠스런트러스트!

    이번엔 외국인이 하나둘씩 모인다. 영국액센트가 누구보다도 심했던 애슬레

    봉사하기 위해 2주가 넘게 계셨다던 프랑스 올드미스 이모님(이름...이... 잘....)

    그리고 왜 왔는지 모르겠지만 무슨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던 독일커플,

    영어는 짧았지만 함피칠드런트러스트에서 장기체류하며 일을 하고있던 베네딕트까지!


    해리포터에서나 들을 수 있던 독특한 영국발음을 하던 애슬레,

    3일됐다는데도 벽에 붙어있는 것들이 궁금했나보다.


    릭샤왈라 인 줄 알았는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시던 인도삼춘

    그치만 끝끝내 정체는 밝히지 못했다.


    달심 돋던 비나이(Vinay)

    평소에는 참 얌전했는데, 사진기만 들이대면 희극인!


    이름모를 소녀 둘

    오른쪽 아이는 참 왈가닥이었다.

    저 소녀에게 눈탱이 맞고 우는 남자아이도 내가 본 것만 두명,

    나도 좀 쫄았었다.


    다소 호기심이 많던 카림(Karim)

    뭐랄까.. 민망한 이야기이나, 누구나 저 나이 때는 그러하듯,

    상징적인 신체의 부위가 궁금했었는지

    여러차례 미필적고의로 나의 예민한 부분을 터치하려고 시도하던.... (☞☜)

    그래서 날 자꾸 괴롭히면(?) 내일부터 안올꺼야라고 협박을 했더니,

    미안하다며 두 손 싹싹빌어가며 사과를 하던 소심남.

    정에 주린 아이같아서 마음 한 켠이 짠해졌던 녀석,

     

    내가 가장 편애하던 시바샨카르(Shivashankar)

    묵묵하고 성실하고 한번 시작한 숙제도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던 상남자

    인석이 나에게 카나다를 알려달라며 달려들었던 주인공


    반장포스 돋던 소녀와 칼리의 아들

    사진찍어달라고 부탁하더니만 막상 찍으니 딴데를 쳐다본다.

    나 또 조롱당한거니?


    칼리의 아들

    이름을 두어번 알려줬었는데 발음이 너무 어려워서 포기했다.

    그냥 가장흔한 스위티라..불러 모면했다!

    미스따르유는 간난아이의 프라버시라도 존중합니다!


    이틀간 짧게 봉사를 했지만, 늘 봉사를 할 때면 느끼는거지만 내가 주는 것보다 내가 받고 오는 것이 항상 더 큰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도 결국에는 이러한 일과 연관이 있어서 늘 더 많은 아이들과 교감하려 노력하지만,

    아직도 한 참 모자란 나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늘 재정비하려 노력한다.

    함피칠드런트러스트의 경우는 아직 체계적으로 잡혀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짧은시간 거쳐가는 봉사자들도 누구나 쉽게 봉사를 할 수 있고 복잡한 등록절차나 이런게 있는 것이 아니기에, 

    함피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이라면 짧은 시간이라도 그곳에서 함께 아이들과 호흡해보길 권하는 바이다.

    함피를 떠날 때, 제대로 된 연필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없어서 연필을 좀 선물하고 싶었는데,

    너댓군데 돌아다녀 봤지만 연필을 구할 수가 없어서 결국에 못 주고 돌아왔다.

    다음에 함피를 간다면 필기구를 좀 선물해주고 싶다.

    아...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원하는 바를 성취하려면 말이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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